국제한국사학회

[김종명] 만해대상(포교부문) 수상자 로버트 버스웰론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시 : 2009-11-25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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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대상(포교부문) 수상자 로버트 버스웰론 / 김종명
미주 한국불교학의 정립자
[33호] 2008년 06월 10일 (화) 김종명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로버트 버스웰
이 글의 주인공인 로버트 버스웰(Robert E. Buswell, Jr., 1953~ )박사는 세계적 연구중심대학교인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로스엔젤레스 캠퍼스(UCLA)의 아시아언어문화학부 한국 및 중국불교학 교수다. 캘리포니아대학교의 정교수직은 9단계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의 현 직급은 가장 상위직급인 9단계 정교수며, 현재 특훈교수직을 신청한 상태에 있기도 하다.

특훈교수란 9단계 정교수 위의 직급을 뜻하는데, 이 직급은 정교수들 가운데서도 자신의 분야에서 국내외적으로 업적이 탁월한 소수에게만 주어지는 것이다. 또한 그는 동양학회(AAS)의 부회장(2007)을 거쳐 현재 회장직(2008~9)을 맡고 있으며, 그 후(2010~2)로도 전임 회장으로서 일정한 역할을 하게 되어 있다. 1941년에 설립된 동양학회는 회원 수가 약 7,000명에 달하는 동양학 관련 세계 최대 학회며, 한국학 또는 불교학 전공자로서 이 학회의 회장직에 선출된 이는 버스웰 교수가 최초다.

이 글을 쓰는 나는, 그의 첫 한국인 제자인 동시에 학문적 도반으로서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해외한국학계열의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내가 고려대학교 철학과의 조성택 교수로부터 버스웰 교수가 2008년 만해대상 포교부문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면서, ‘버스웰론’을 써 달라는부탁을 받았을 때, 나는 선뜻 승낙을 할 수 없었다.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이유는 시간상의 문제였다. 청탁받은 날로부터 제출일까지는 불과 한 달 남짓에 불과했다. 이 기간에는 내가 이미 진행 중인 논문 등의 연구 과제를 수행해야 할 입장에서 버스웰 교수가 가진 학문적 성과 등을 제대로 소개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지금 그 제목이 잘 기억나지 않으나, 1990년대 중반 버스웰 교수에 관한 글을 어느 불교 관련 대중지에 이미 투고한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연 탓인지, 그에 대한 평전을 다시 쓰게 되었는데, 이로 인해 북미주의 불교학 및 한국학의 대가로 자리매김한 버스웰 교수에 대해 더욱 잘 알게 되었으니, 내겐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2007년 만해대상 포교부문 수상자는 버스웰 교수의 스승인 루이스 랭카스터(Lewis R. Lancaster, 1932~ )교수였으며, 그에 대한 평전은 그의 제자인 조성택 교수가 썼는데, 조교수는 랭카스터 교수의 ‘학문적 이력’과 ‘그의 인간됨’을 중심으로 하였다. 나의 경우도 버스웰 교수와의 여러 가지 인간적 추억들은 남아 있다. 그러나 대학의 기능이 그러하듯 교수의 기능 또한 일반적으로는 연구, 교육, 봉사로 구분된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이 점들을 중심으로 그와 그의 학문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특히, 랭카스터 교수가 북미주에서 한국불교학의 초석을 놓았다면, 버스웰 교수는 한국불교학을 정립시켰다고 할 수 있으며, 그것은 주로 그의 연구업적을 통해서였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그의 연구업적에 대한 논의에 더 큰 비중이 두어질 것이다.

이 글을 쓰는 데는 여러 분들의 도움이 있었다. 조성택 교수는 자신의 <루이스 랭카스터론>을, 버스웰 교수 본인은 자신의 이력서 등을 보내 주었다. 버스웰 교수의 또 다른 한국인 제자인 아리조나 주립대의 박포리 교수가 〈법보닷컴〉(2004.05.31)에 발표한 버스웰에 관한 글도 훌륭한 참고 자료가 되었다.

I. 소개

1. 학력


버스웰 교수는 1953년 미국 플로리다 주의 학자 집안에서 태어나,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산타바바라캠퍼스(UC Santa Barbara)에서 동양학을 공부하였다.

2학년을 마친 후, 7년(1972~1979)간 현장연구에 나서, 태국(1972~1973)에서 상좌부불교를, 홍콩(1973~1974)에서는 선불교를, 한국(1974~1979)의 (전라남도) 순천 송광사에서는 구산 스님(1909~ 1983)의 지도 아래 선승으로 살면서, 선과 화엄을 공부하였다. 그 후 환속하여 다시 대학생으로서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버클리캠퍼스(UC Berkeley)에서 중국학을 전공하여 최우등으로 졸업(1981)하였다. 졸업 논문으로는 〈지눌의 통불교 사상: 《원돈성불론》의 주석적 번역〉을 제출하였다.

UC버클리 대학원에 진학한 후에는 산스크리트를 전공하여 우등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1983), 이때 아미달마 교학, 산스크리트학, 남아시아학 및 동남아시아학을 공부하였다. 같은 대학원 박사과정에서는 랭카스터 교수의 지도로 불교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취득(1985)하였으며, 박사학위논문 제목은 〈《금강삼매경》의 한국 기원: 어느 불교 위경의 저술 시기, 저술 장소, 저자 문제 결정을 위한 사례 연구〉였다.

2. 경력 및 기여

버스웰 교수는 박사학위 취득 후, 미국의 스탠포드 대학교 등에서 강사직을 역임 한 후, 1986년 중국불교의 위경(僞經)과 당(唐: 618~907)에서 송(宋: 960~1279)에 이르는 선불교 전통에 대한 연구업적을 인정받아 UCLA의 중국불교 전공 조교수로 임용되었다. 그 후, 부교수(1988~ 1990)를 거쳐, 현재 정교수(1990~ )로 재직하고 있다. 특히 그의 정교수 승진은 유례가 드물 정도로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의 UCLA는 불교학과 한국학 및 아시아학 분야에서 아시아를 제외하고는 가장 크면서도 대표적인 대학교가 되었는데, 이러한 결과는 그의 탁월한 행정 능력에도 힘입은 바가 크다.

버스웰 교수는 부임 후, 3가지 방면에서 행정에 기여하였다. 첫째, 한국학에의 기여다. 버스웰 교수가 1986년 UCLA에 부임했을 때, 이 대학교에 한국학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1987년에 미주 한국학 설립 주역의 한 명으로서 한국고전문학 전공으로 하와이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던 피터 리(Peter H. Lee, 한국명: 이학수) 박사를, 1989년에는 한국중세사 전공으로 라이스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던 존 던컨(John B. Duncan) 박사를 각각 초빙함으로써 명실상부한 한국학 정립을 가능케 하였다. 그리고 버스웰 교수는 1993년 한국학연구소를 설립하고, 2001년까지 8년간 소장직을 역임하였는데, 이 기간 동안 이 연구소는 미주의 가장 대표적인 한국학연구소로 성장하였다.

둘째, 불교학에의 기여다. 버스웰 교수가 1986년 UCLA에 부임했을 때, 중국불교학은 10여 년 간 빈사상태에 있었다. 또한 그 대학교의 교육과정 가운데 한국불교학은 아예 없었으며, 서구학계에서도 한국불교학은 거의 알려져 있지도 않았다. 따라서 당시 그는 한국불교학의 발전을 위해 다음과 같은 4가지 전략을 구성하였다고 한다.

첫째, 동아시아 불교 학자들에게 참고 될 수 있는 한국불교 관련 단행본 출간. 둘째, 학자들과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불교를 비롯한 한국종교 관련 주요 한문 원전에 대한 주석적 번역. 셋째, 차세대 한국불교의 발전을 위해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참고할 수 있는 한국불교원전 및 사전 등의 도구 서적 편찬. 넷째, 한국불교 같은 발전 초기 단계에 있는 학문 분야의 경우 창조적인 학문후속세대 양성을 위한 편찬서 발간 등이다. 버스웰 교수가 박사학위를 받은 지 20여년이 지난 현재, 이 4가지 전략은 성공하였으며, 그 결과 서양에서 ‘한국불교학’은 독립적인 학문분야로도 자리 잡게 되었다. 또 UCLA의 불교학 프로그램도 북미주의 대표적 프로그램 중의 하나가 되었다. 버스웰 교수 스스로도 이 점에 대해서는 자부하고 있다.

이런 일도 있었다. 2000년에 자신의 모교인 UC 버클리대가 높은 직급의 정교수직 부여하면서 불교학연구소 소장직, 한국학연구소 소장직 및 상당액의 연구비 제공을 조건으로 그를 스카우트하려 했다. 그러자 UCLA에서도 불교학연구소 신설 및 연구비 제공, 수 명의 신임 불교학 교수 초빙 등을 포함한 호 조건을 다시 제시하였다. 마침내 그는 미국 내 한인들의 요람인 로스엔젤레스에 소재한 UCLA교수로 계속 재직키로 결정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 덕택에 불교학연구소 뿐 아니라, 한국학연구소도 더 이상 외부 기금에 의존하지 않고도 운영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는 또한 아시아언어문화학부의 학부장(Chair)직, 한국학연구소장직 및 불교학연구소장직을 유지하면서, 2001년엔 국제학과 해외 프로그램의 학장직도 겸임하였다.

셋째, 학부에의 기여다. 그는 1995년부터 2005년까지 10년에 걸쳐 3차례의 학부장직을 수행하였다. 그는 이 기간 동안 학부의 전임교수 수를 이전의 13명에서 24명으로 늘였다. 이는 UCLA 인문학 분야에서는 가장 많은 교수 수를 보유하고 있던 영문학과 다음으로 많은 전임 교수를 확보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는 학부 이름을 ‘동아시아언어문화학부’에서 ‘아시아언어문화학부’로 바꾸는 데도 기여하였다. 결과적으로 UCLA의 아시아언어문화학부는 북미주를 통해 가장 경쟁력 있는 아시아 관련 학부가 되었다. 또한 동아시아언어문화학부가 아시아언어문화학부로 확대 개편되게 된 데는 버스웰 교수를 비롯한 피터 리, 존 던컨 등 한국학 전공 교수들의 노력이 컸음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버스웰 교수가 지닌 UCLA 이외의 전문 경력도 다양하다. 그는 세계적 학회들인 국제불교학회(IABS), 동양학회(AAS), 미국종교학회(AAR) 등의 불교학, 동양학 및 종교학 분야의 주요 보직에 선출 또는 임명되었다. 또한 로스엔젤레스 한국영사관 문화 고문, 로스엔젤레스 코리아 소사이어티 소장 대행, 로스엔젤레스 한국영사관 발행지인 《한국문화(Korean Culture)》 편집장, 아시아 소사이어티 프로그램 자문위원, 동국~로얄 대학 이사, 하와이대학교 출판부 동아시아불교연구 시리즈 편집위원, 풀브라이트 선발위원 등도 역임하였다.
버스웰 교수는 또한 현재까지 미국, 한국 및 일본을 포함한 국내외 기관들로부터 총 640만불(약 64억원)에 달하는 외부 기금도 유치하였는데, 이 기금액은 인문학 교수로서는 유례가 드문 것이다.

II. 연구업적

버스웰 교수의 업적 가운데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그의 연구업적이다. 1980년대 말, 나도 대학원생으로서 참가하였던 그의 어느 수업에서 그의 지도교수였던 랭카스터 교수가 특강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랭카스터 교수는 자신의 제자였던 버스웰 교수가 학문적 업적에서 스승인 자신을 이미 능가하였다고 말하였다. 물론 훌륭한 제자에 대한 스승의 칭찬일 수도 있었겠지만, 그의 말은 사실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버스웰 교수는 4권의 단독 저서, 7권의 (공동)편찬서, 3권의 주석적 번역서 등 14권의 책과 30여 편의 논문을 출판하였다. 그의 이 연구업적들은 한국불교 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및 인도까지 포함한 넓은 지역의 불교전통에 대한 수학 경력의 산물들이다. 이 가운데 한국불교 관련 업적이 가장 많으며, 특히 그는 한국불교사상 가장 대표적 학승들인 원효(617~86)와 지눌(1158~210) 연구의 대가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1. 저술

(1) 단독 저술

《한국선 수증론: 지눌전서(The Korean Approach to Zen: The Collected Works of Chinul)》(1983) (이하 《지눌전서》), 《중국과 한국의 선사상 형성: 위경으로서의 금강삼매경(The Formation of Ch’an Ideology in China and Korea: The Vajrasamadhi~Sutra, A Buddhist Apocryphon)》(1989) 《회광반조: 지눌의 한국선 수증론(Tracing Back the Radiance: Chinul’s Korean Way of Zen)》(1991) 《선 수행 경험: 현대 한국의 불교 수행(The Zen Monastic Experience: Buddhist Practice in Contemporary Korea)》(1992)는 그의 단독 저술들이다.

이 가운데서 《회광반조》는 《지눌전서》의 축약본이다. 이 책들은 프린스턴대학교 및 하와이대학교 출판부 등 미국의 유명대학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인용도에 의해 평가할 때, 가장 영향력 있는 그의 책은 《지눌전서》다. 이 책은 지눌의 전서에 관한 한, 최초의 연구 및 번역서기도 하며, 한국불교 사상과 수행에 초점을 맞춘 최초의 영문본이기도 하다. 이 책은 버스웰 교수가 1970년대에 송광사에서 승려 생활을 하고 있을 때구산 스님의 권유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동아시아적 맥락에서 지눌이 차지하는 중요한 위치와 한국불교전통의 역사적 전개 및 지눌이 선사상과 선수행에 미친 영향에 대한 연구다. 2부는 지눌의 전서에 대한 주석적 번역이다. 지눌의 전서에 대한 최초의 한글역은 김달진의 《보조국사전서》(서울: 고려원, 1987)다. 그러나 《지눌전서》는 몇 가지 면에서 《보조국사전서》와 다르다. 우선 전자는 후자보다 4년 빨리 출판되었다. 그리고 전자에는 후자에 없는 연구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번역의 형식에 있어서도 두 본은 다르다. 《보조국사전서》도 주석이 포함된 번역서기는 하나, 주석의 내용은 불교 용어에 대한 간단한 설명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반면, 《지눌전서》의 주석은 관련 연구 성과 등을 포함할 정도로 상세하다.

특히 《지눌전서》는 한국불교학에 관한 한 다른 어떤 책보다 서양에서 한국불교학의 기초를 마련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 왔으며, 서구 불교학계에서 한국불교학이란 독립적인 학문 장르를 확고하게 정립시킨 계기도 되었다. 이 책이 출간되기 전에는 서양의 불교학계에서 한국불교는 별로 언급되지 않았으나, 이 책 출간 이후에는 동아시아불교를 공부하는 학자라면 한국불교를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실제로 최근의 불교 연구 현황 조사에 의하면, 한국불교를 논할 경우, 거의 대부분의 학자들은 이 책을 참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데, 로페즈(Donald Lopez)의 《불교경전(Buddhist Scriptures)》(2004) 스트롱(John Strong)의 《불교 경험(The Experience of Buddhism)》(2007) 미첼(Donald W. Mitchell)의 《불교: 불교 경험 소개(Buddhism: Introducing the Buddhist Experience)》(2008) 등은 그러한 몇 가지 예들이다.

버스웰 교수 스스로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책은 《중국과 한국에서의 선사상 형성》이다. 이 책은 그의 박사학위논문의 개정본으로서 《금강삼매경(金剛三昧經)》에 대한 연구와 이 경에 대한 주석적 번역의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금강삼매경》은 동아시아 불교 전통에서 중요시 되어온 불전(佛典)으로서 중국·일본·서양학자들은 이 불전이 인도 혹은 중국에서 씌어진 것으로 주장해 왔다. 그러나 버스웰은 이 불전이 씌어진 당시의 관련 문헌·언어·종교·민속 등에 대한 검토를 바탕으로, 이 책은 한국에서 찬술된 위경임을 논증하였다.

중국 선불교 전통에서 가장 오래된 선적은 6세기 초 보리달마의 《이입사행론(二入四行論)》으로 알려져 있는데, 버스웰 교수는 자신의 이 책을 통해 《금강삼매경》은 《이입사행론》 다음으로 오래된 선적이며, 기존의 학계의 통설과는 달리 이 경전의 저자도 7세기 말에 활동한 신라승 법랑(法朗)이라고 주장하면서, 한국불교는 초기 중국 및 동아시아의 선사상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음을 역설하였다.

그는 이 책에서 중국과 한국의 초기 선불교 형성의 교학적 근거가 여래장(如來藏) 사상이며, 이 여래장 사상의 수증론적(修證論的) 발전이 선불교의 근거가 되었음도 밝혔다. 또한 버스웰 교수는 《중국과 한국에서의 선사상 형성》을 통해 동아시아 불교에 대한 더 나은 이해를 위해서도 서구 불교학계에서 주목을 받아오지 못한 한국불교에 대한 연구가 필요함을 강조하고, 동시에 동아시아 불교학 연구는 나라별 연구가 아닌 동아시아라는 더 넓은 시각에서 연구되어야 함을 주장함으로써 동아시아 불교학 연구의 새로운 방법론도 제시하였다.

그의 이러한 주장들은 미국 불교학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졌다. 결과적으로 그의 《중국과 한국에서의 선사상 형성》은 한국불교는 중국불교의 아류에 불과하다는 당시까지의 서구불교학계의 시각을 일신시키면서 서양 불교학계로 하여금 한국불교학에도 관심을 갖도록 한 큰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이 책은 국내 불교학계에서 거의 참고 되지 못하고 있다.

《중국과 한국에서의 선사상 형성》 이후 《금강삼매경론》에 관한 박사학위 논문과 단행본 3편(佐藤繁樹 1996, 김병권 1997, 서지영 2007)이 국내에서 나왔다. 그러나 이 연구업적들에서는 《중국과 한국에서의 선사상 형성》의 존재 정도만 언급되었을 뿐, 이 책의 내용에 대한 천착은 거의 이루어지지 못했다. 영문서적들이 거의 참고 되지 않고 있는 국내 불교학계의 현실에서 이 책이 아직 한글로 번역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판매량이 하나의 기준이 된다면, 《선수행 경험》은 버스웰 교수의 책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책인데, 동아시아불교와 선에 관한 세계 학계의 강좌에서 교재로서 널리 채택되고 있다. 이 책은 단순한 개인적 체험기가 아니라, 송광사에서 자신의 승려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 한국 선승들의 삶과 수행을 독창적인 학문적 시각에서 밝혀낸 학술서다. 특히 한국불교와 관련 무엇보다 중요한 이 책의 내용은 불립문자, 교외별전 등의 시각에서 선불교를 이해해 온 기존 서양학계의 선불교에 대한 시각을 확대 또는 바꾸어 놓은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선수행 경험》은 한국어(로버트 버스웰 지음, 김종명 옮김, 《파란 눈 스님의 한국 선 수행기》, 서울: 예문서원, 1999)와 태국어(2000)로 각각 번역되기도 하였다. 한국어 번역본의 제목은 출판사의 의견을 존중하여 정해진 것이었으나, 저자인 버스웰 교수와 옮긴이인 나는 이 한국어 제목이 책 내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여 만족하지 못하였다. 또한 이 책의 원본에는 여러 장의 중요한 사진들이 포함되어 있었으나, 번역본에서는 출판사의 사정으로 인해 이 사진들은 삭제되었다.

(2) 역서

버스웰 교수는 역서로서 《원불교 정전(The Principal Book of Won~Buddhism [Wonbulgyo chongjon])》(2000) 《원불교 교전(The Scriptures of Won~Buddhism [Wonbulgyo kyojon])》(2006) 《본각 수행: 금강삼매경론(Cultivating Original Enlightenment: Wonhyo’s Exposition of the Vajrasama-dhi~Su-tra [Kumgang Sammmaegyong Non]》(2007) 등을 출판하였다.

특히 《본각 수행》은 원효의 《금강삼매경론》에 대한 주석적 번역서로서 원효의 저술 전체를 번역, 소개하는 6권으로 구성된 원효 전서 영역본인 《원효전서(Collected Works of Wonhyo)》시리즈의 첫 번째 저술이다. 이 책은 동아시아불교론 중 최초의 완전한 영역본 중의 하나로서, 특히 소개 부분의 3장은 논의 목표와 구성 및 동아시아불교사상 원효가 가진 특별한 위치 등에 대한 논의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그리고 《발심수행장: 원효의 정토, 계율 및 교훈서》(Arouse Your Mind and Practice: Wonhyo’s Pure Land, Preceptive, and Didactic Text, 2008)는 《원효전서》 영역본 시리즈의 다섯 번째 저술이다.

(3) 편찬서

《중국불교 위경(Chinese Buddhist Apocrypha)》(1990), 《깨달음에의 길(Paths to Liberation)》(1992) 《서기 150년까지의 아비달마 불교(Abhidharma Buddhism to 150 A.D.)》(1996) 《불교대백과사전(Encyclopedia of Buddhism)》(2004) 《흐름과 반흐름(Currents and Countercurrents)》(2005) 《한국의 기독교(Christianity in Korea)》(2006) 및 《한국의 종교 수행(Religions of Korea in Practice)》(2007)는 버스웰 교수가 주도적으로 또는 공편한 책들이다.

버스웰 교수의 또 다른 학문적 성과는 동아시아불교에 있어 위경(僞經)의 위치에 대한 새로운 조명과 중요성의 인식을 가능케 함으로써, 위경 연구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연 점이다. 이들 편찬서 가운데, 《중국불교위경》은 이러한 산물이었다. 《깨달음에의 길》은 불교 수행론에 대한 우수한 논문들을 모아 편집한 것이다. 그러나 버스웰 교수 자신에 따르면, 이 책을 통해 기독교·유대교·이슬람교의 수행론을 비롯한 종교학에의 기여를 시도했으나, 결과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이 책은 그의 편찬서 중 유일한 실패작이라고 자평하였다.

그는 불교학과 한국학 분야에서 대규모 과제의 연구책임자로서도 활동하였으며, 《불교대백과사전》은 그러한 결과들 중의 하나다. 불교학 분야에서는 최초로 미국의 유명 출판사인 맥밀란에서 출판된 이 사전은 총 2권 약 1,000페이지에 달하는데, 버스웰 교수는 이 사전의 책임편집자였다. 이 사전은 나를 포함한 250여명의 학자들이 450항목에 걸쳐 기고한 글들로 이루어진 가장 포괄적인 불교 백과사전이다.

여기에는 인도·중앙아시아·중국·한국·일본·네팔·티베트·동남아시아 등의 불교 경전·교리·미술·민간신앙·경제·교육·정치와 불교·근대화와 불교·제국주의와 불교·참여불교 등의 다양한 분야가 실려 있다. 이 백과사전은 가장 늦게 시작해 가장 빨리 완성한 것으로도 유명세를 더했으며, 이 성과를 계기로 여러 출판사들의 요구가 쇄도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사전은 또한 미국도서관 협회 등에 의해 뛰어난 참고도서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흐름과 반흐름》은 중국과 일본의 동아시아불교 전통에 미친 한국불교의 영향에 관한 국내외 학자들의 우수한 논문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 내용은 백제와 고려를 비롯한 전통 한국시대의 불교 및 경흥·무상·원측·의천 등 삼국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 활동한 한국 승려들이 중국과 일본불교 전통 형성에 미친 영향을 다루고 있다.

《한국의 기독교》는 루스 재단(Luce Foundation)의 기금에 의한 7년 동안의 연구 결과로서 기독교도 한국의 토착 종교로서 취급될 필요가 있는 전통이란 시각에서 편찬된 최초의 서양어 책이다. 《한국의 종교 수행》은 한국의 토착 종교에 대한 최초의 영역서일 뿐 아니라, 한국종교에 대한 최초의 영문 교재로도 기능할 수 있는 책이다.

버스웰 교수는 이미 정착된 학문분야와는 달리, 한국학처럼 발전의 초기 단계에 있는 학문분야의 경우,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들을 모아 교재로 쓰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따라서 이 목적을 위한 편찬서가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이러한 편찬서들을 기획하였으며, 특히 《중국불교 위경》《흐름과 반흐름》 《한국의 기독교》 《한국의 종교 수행》 등은 이러한 인식의 산물이었다.

(4) 진행 중인 저서

현재 버스웰 교수가 집필 중에 있는 저서는 3권이다. 최근에는 미시간 대학교 초청으로 백만 단어에 달하는 《불교사전(Dictionary of Buddhism)》 편찬에도 공편자로 참가하고 있는데, 이 사전은 2009년 출간예정으로 있다. 그리고 《공안 수행 입문서: 고봉원묘의 선 핵심(A Primer of Koan Practice: The Essentials of Chan by Gaofeng Yuanmiao)》과 《한국불교 수증론: 지눌의 법집별행록절요병입사기(Korean Buddhism’s Guide to Liberation: The Excerpts from the Dharma Collection and Special Practice by Chinul)》는 사집과 교재 영역본의 제3권 및 제4권으로서 현재 준비 중에 있다.

2. 논문

(1) 출판 논문

1982년부터 2007년까지 그가 출판한 논문은 30여 편이다. A&HCI 등재학술지 게재논문들을 포함하여, 한국불교·인도불교·중국불교 관련 논문이 각각 22편, 6편, 4편을 차지하고 있는데, 특히 한국불교 관련 논문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어와 산스크리트에 대한 학문적 배경과 관심으로 인하여 버스웰 교수는 중국의 선 전통과 인도의 아비달마 학파를 중심으로 한 논문들도 발표해 왔다.

버스웰 교수의 논문들 가운데서 가장 논쟁적이었던 것은 〈‘한국불교’의 이미지화: 국가종교전통의 발명(Imagining ‘Korean Buddhism’: The Invention of a National Religious Tradition)〉(1998)이다. 그는 이 논문에서 ‘한국불교’란 개념은 1930년대 민족주의적 시각의 산물이며, 따라서 전통시대의 한국 승려들은 ‘한국’의 승려라기보다는 법계나 종파적 관점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있었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수기의 《고려국신조대장교정별록(Sugi’s Collation Notes to the Koryo Buddhist Canon and Their Significance for Buddhist Textual Criticism)》과 불교 문헌 비평을 위한 그것의 중요성〉 2004은 그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논문들 중의 하나다. 서구 문헌 비평의 아버지는 에라스무스(Erasmus, 1466~1536)인데, 버스웰 교수는 이 논문에서, 수기는 시대적으로도 에라스무스보다 앞설 뿐 아니라, 수기에 의한 비평의 질도 더욱 우수하다고 평가하고, 따라서 수기를 실질적인 세계 최초의 문헌비평가라고 주장하였다.

또한 〈한국의 선불교와 송나라와의 관계(So n Buddhism in Korea and the Sung Connection)〉는 2009년 하와이대학교 출판부에서 출판될 책인 《선 세계 창조: 송나라 선불교의 동아시아 전파(Creating the World of Zen: The Transmission of Sung Dynasty Ch’an Buddhism Throughout East Asia)》에 수록이 확정된 논문이다.

3. 기타

버스웰 교수는 (또한) 다수의 책 서문과 백과사전 항목들 및 서평들을 집필했으며, 10여 차례 이상의 한국학 및 불교학 관련 국제 심포지엄 및 학회도 조직하였다.

III. 교육

버스웰 교수는 1985년부터 현재까지 학부 및 대학원에서 인도 및 동아시아의 불교, 한국 및 중국의 한문 불전, 동아시아의 선불교, 동양의 종교 등을 강의해 왔다. 특히 그는 불교도들은 무엇을 믿고, 그것을 왜 믿으며, 종교적, 문화적 경험으로서 그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어떻게 행위하는가를 학생들이 이해하도록 하는데 자신의 교육 초점을 두어 왔으며, 최근에는 대학원생 교육에 더욱 중점을 두고 있다.

그 결과 2006년 현재까지 그의 지도를 받고 배출된 박사 학위자는 나를 포함하여 11명이다. 이러한 결과는 그가 아시아문화학부 소속 교수들 가운데서 가장 많은 박사학위자를 배출하였음을 뜻한다. 이들은 국가별로는 서양인 6명, 한국인 2명, 중국인 2명, 일본인 1명이다. 이들 거의 대부분은 학생 시절 학문적 권위를 가진 장학금 수혜자들이며, 현재 미국·캐나다·한국 등의 유명 대학에서 교수 또는 연구원으로 재직 중에 있다.

또한 지난 10년 동안 버스웰 교수는 듀크대·미시간대·브라운대·스탠포드대·시카고대·예일대·위스컨신대·UC버클리대·펜실베니아대·코넬대·하버드대·캐나다의 브리티쉬 콜럼비아대·맥매스터대 등 북미주 소재 세계적 명문 대학교와 국내의 동국대·원광대 및 유럽의 케임브리지대·라이덴대·함부르크대·보쿰대 등에서의 초청 강연과 콜로키움 발표도 약 80회에 걸쳐 진행하였다.

특히 학생이 학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버스웰 교수가 세심한 배려를 한 점은 지금도 내게 남아 있는 소중한 기억이다. 앞에서 기술한 대로 그가 가장 아끼는 저술인 《중국과 한국에서의 선사상 형성》의 번역과 관련된 기억은 그 한 가지 예다. 학위과정 중에 있던 내가 이 책을 한글로 번역할 의사가 있음을 그에게 피력하자, 결론적으로 그는 나의 계획에 반대하였다.

제자로서 스승의 책을 번역하는 일보다 학생인 나 자신의 학위논문 작성에 매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리고 내가 연구에 더욱 매진할 수 있도록 여분의 장학금도 마련해 주었다. 이러한 그의 태도는 얼마 되지도 않는 번역료로 제자들에게 번역을 부탁하곤 하는 우리 학계의 일반적 관행과는 상당히 다른 것이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그의 결정이 옳았다고 생각하며, 이제 교수가 된 나도 그의 가르침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버스웰 교수가 과정 중에 있던 내게 논문 등을 출판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기회들을 제공해 준 점은 더욱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맥그릴(Ian P. McGreal) 교수가 편집한 《동양의 위대한 사상가들(Great Thinkers of Eastern World)》(1995)는 인도, 이슬람, 아시아 지역의 주요 사상가 100여명의 사상을 간략하지만, 밀도 있게 다룬 책이다. 내가 이 책에 ‘Hyujo ng ([休靜] 1520~1604)’과 ‘Han Yongun ([韓龍雲] 1879~1944)’을 기고하게 된 것은 그의 권유가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소렌센 박사가 편집한 《전통한국의 종교(Religions in Traditional Korea)》1995에 〈자장과 한국의 ‘호국불교’: 재검토(Chajanjg (fl. 636~650) and ‘Buddhism as National Protector’in Korea: A Reconsideration)〉를 출판하게 하게 된 것도 그가 적극적으로 투고를 권유한 결과였다.

맺음말

버스웰 교수는 연구, 교육, 봉사의 각 부문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 준 한국불교학 전문가다. 따라서, ‘버스웰 교수가 한국불교를 통해 선수행과 학문적 성과를 이루었다면, 한국불교는 그로 인해 세계 속의 불교가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란 박포리 교수의 평가는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국내 학계와는 달리, 현재의 서양 학계에서 불교는 인기 있는 학문분야의 하나가 된지 이미 오래다. 일례로 미국종교학회의 공식 소식지인 <종교뉴스(RSN: (Religious Studies News)>23~2 (March 2008)에 따르면, 2007년도 연례 학회 참석자 6,879명의 종교연구 분야를 21종류로 나누어 조사한 결과, 불교는 5.15%로서 4위를 차지(1위 기독교 47.2%, 2위 탈근대[Postmodern] 7.40%, 3위 유대교 7.21%)한 반면, 도교와 유교는 각각 1.22%와 0.99%로서 13위와 17위에 머물렀다. 또한 한국학의 외연도 이제 과거에 비해 많이 넓어져, 2005년 말 현재 해외 62개국 735개처에서 한국학이 교수 및 연구되고 있다.

이러한 점들은 버스웰 교수가 이루어 온 업적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확인시켜 주고 있는 셈이다. 이미 20년 전 버스웰 박사의 지도교수 랭카스터 박사는 그를 ‘청출어람’으로 표현했으나, 그는 나를 포함한 그의 후학들에게 여전히 넘어야 할 큰 산으로 남아 있다. ■


김종명 
1955년 출생.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해외한국학계열 부교수. 저서로 《한국중세의 불교의례》 등이 있다.



* 지난 2008년 김종명 교수님이 유심(http://www.yousim.co.kr/news/articleView.html?idxno=2471)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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