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고종, 평양 천도 고려했을 수도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시 : 2009-07-24 14:39
첨부파일 :
"고종, 평양 천도 고려했을 수도"

국제한국사학회 주제발표 맡은 유진박 교수

"대한제국 시기의 고종 황제는 러일 전쟁을 앞두고 수도를 서북쪽으로 옮기는 게 군사ㆍ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심지어 장기적으로는 황도(皇都)를 완전히 옮기는 것도 생각했을 수 있다" 유진 박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사학과 교수는 17일 오후 숭실대 법학관에서 열리는 국제한국사학회 월례발표회에 앞서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를 갖고 "고종이 평양을 서경(西京)으로 정해 러시아와 일본 등 열강의 각축 속에서 근대화를 추구하려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평양은 고구려의 수도였고 고려 시대에도 서경이라 불리면서 도읍지 개경에 버금가는 위상을 자랑했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졌다. 하지만, 대한제국 시기 고종의 평양 개발 사업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가 이날 발표하는 '근대 한국의 새 수도? 대한제국의 평양 개발 사업' 논문은 이에 대한 연구를 담고 있다.

박 교수에 따르면 1902년 5월1일 고종은 궁내부 특진관 김규홍으로부터 평양을 서경으로 정해 달라는 상소문을 받았다.

김규홍은 중국의 주, 한, 당 등 제국은 전통적으로 수도를 2곳에 뒀다며 평양은 만년의 도읍지로 정할 기(氣)가 있고 고조선과 고구려의 수도였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고종은 상소문에 동의를 표하고 신속하게 일을 추진했다. 평양을 서경으로 정해 새 궁궐(풍경궁.豊慶宮)을 지을 것을 명하고 사업을 담당할 관리도 임명했으며 황실 재산인 내탕전(內帑錢)에서 5만냥을 비용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궁궐 건설은 1902년 6월 시작됐고 9월에는 군중 수천 명의 환호 속에 고종의 어진(御眞)과 황태자의 초상화를 평양으로 옮겼다.

박 교수는 "일이 이처럼 신속하게 처리된 것을 볼 때 고종이 미리 계획을 세우고 자신의 의중을 김규홍에게 알려 상소를 하게 했을 것"이라며 "황제의 초상화가 있다는 것은 황제가 그곳에 있다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설명했다.

태극전과 중화전을 짓고 초상화를 보관했지만, 서경 건설 프로젝트는 재정난 때문에 난관에 봉착했다.

결정타를 날린 것은 1904년 2월에 터진 러일전쟁(1904-1905)이었다. 전쟁이 일어나자 궁궐은 완공되지 못한 채 공사가 중단됐으며 결국 재개되지 못했다.

1908년에는 고종의 초상화도 다시 서울로 돌아오고 궁궐과 관련된 모든 관리의 직위도 없어져 평양은 두 번째 수도라는 지위를 잃었다. 이듬해부터는 궁궐 건물이 병원으로 사용됐다.

이처럼 서경 프로젝트는 착수 수년 만에 중단됐지만, 그 기억은 수십 년간 지속됐다고 박 교수는 말했다.

'서경상공업주식회사', '서경운수회사' 같은 이름의 회사가 있을 정도로 서경이란 이름이 널리 쓰였다는 것이다.

고종은 왜 평양을 또 다른 수도로 정하려 했을까.

박 교수는 "고종은 친러정책을 폈다. 군사ㆍ정치ㆍ국제관계를 보면 평양은 중요했는데 서울에서 200㎞ 가까이 떨어진 평양에 수도를 두면 일본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고 러시아와 더 긴밀한 유대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실적으로 서울은 기득권 세력인 양반의 뿌리가 깊었다. 수도를 옮기면 역관이나 하급 무관 등 새로운 세력에 기회를 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또 "서경 프로젝트는 대한제국의 비전과 근대화 과정을 이해하는 데 전략적 창을 제공한다"면서 "일반적으로 대한제국 시기를 망국의 끝물 정도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프로젝트를 통해 근대화 국가로서 발전 가능성을 어느 정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고종이 장기적으로는 수도를 평양으로 옮기는 천도(遷都)를 계획했을 것이라며 "쇠락하는 청나라에 맞서 대륙으로 영토를 확장하겠다는 생각을 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kimyg@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2009.07.17 07:00:03 입력

이전글 [뉴스파워] 고종, 왜 평양을 새 수도로 정했을까?
다음글 [뉴스파워] 동아시아에서 본 한국사
목록


Copyright © 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Humanistic Studies in Language. All rights reserved.
[139-799] 서울 노원구 화랑로 574 육군사관학교 영어과 허진교수 연구실
TEL : 02) 2197-2742     E-mail : jinhuh48@gmail.com     개인정보보호정책
The first professor Research Building 001-1, Hankuk University of Foreign Studies,  Imun-dong 270, Dongdaemun-gu, Seoul 130-791, Korea
TEL : +82-2-2173-2688